와인 전문가인 나에게 주변사람들은 "와인 오래된게 비싸지 않아?" 라고 질문을 많이한다.

그리고 실제로 소믈리에로 일하며 손님들을 관찰해보면 "이 와인 2007년산이네 12년이나 지났어! 엄청 좋은 와인이네?" 라며 오래된 와인을 찬양한다.

과연 오래된 와인이 좋은 와인이고 비싼 와인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와인에는 시음적기(와인이 적당히 숙성되어 본연의 캐릭터와 숙성된 매력을 느낄수 있는 시점) 라는 것이 있다. 와인이 생산된 시점에서 테이스팅을 했을때 이 와인은 10년 20년 뒤에 더 가치를 발할지 혹은 3년 5년안에 소비하지 않으면 본연의 맛을 잃고 시들어 버릴지를 판단할 수 있다. 

쉬운 예로 겉절이를 1년동안 익혀서 먹었다고 생각해보자. 겉절이는 신선한 배추의 맛과 양념 맛으로 몇일 이내에 빠르게 먹기 위해 만들어지고 김장 김치는 겨울철 푹 익혀서 톡톡쏘는 맛과 숙성된 김치의 맛들을 느끼도록 만들어진다. 겉절이와 김장김치는 만드는 스타일과 재료가 달라지듯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2년 3년내로 소비해야 하는 이만원 짜리 호주 레드 와인은 비교적 품질이 낮은 포도로 만들어지며 향에서는 Fruity 하다 해서 신선한 과실향이 많이 느껴지고 복잡하지 않은 향들을 가지고 있다. 또 입안에서도 강하기 보단 부드럽게 느껴져서 오래 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선한 느낌으로 빠르게 소비하는것이 좋다. 하지만 10년 20년 30년 숙성 되도록 만들어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 고급(그랑크뤼) 와인들의 경우 갓 생산 되었을 때, 예를들어 2018년 보르도 와인을 지금 당장 마시면 향들이 무언가 복합적이지만 닫힌듯 너무나 잔잔하게 느껴지고 입안에서는 거칠고 산미도 너무나 강력하고 입안을 떫게 만드는 탄닌도 강력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그 자체가 오래 보관될수 있는 와인으로 만들어 졌기에 와인 자체의 품질이 좋을뿐더러 10년 20년 지났을때 그 맛이 더 좋아지기에 가치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2년 3년내로 소비해야하는 기본급 호주 쉬라즈는 아무리 10년 20년이 지나도 가치가 올라가기는 커녕 맛과 향이 시음적기를 지나면서 판매할수 없는 수준까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오히려 좋은 와인인지 비싼 와인인지를 결정짓는 요소는

좋은 포도로 만들어 졌는지, 잘 익은 좋은 포도가 자라기에 기후가 좋은 해인지이다.

단지 오래되었다고 좋은 와인이 아니라 오랫동안 보관될 수 있는 와인인지 긴 세월을 이겨낼수 있는 좋은 품질의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인지, 좋은 품질의 포도가 만들어지기에 작황이 좋았던 빈티지인지가 와인을 빈티지에 따라 품질 판단하는 근거인 것이다.

와인에는 보존제 역할을 하는 탄닌(Tannin), 알코올(Alcohol), 산미(Acidity), 당도(Sugar) 가 있는데 이 요소들의 퀄리티가 좋고 정도가 많아야 오래 보관될수있다. 그리고 이러한 와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퀄리티는 좋은 포도로 부터 비롯되고, 좋은 포도는 좋은 기후조건을 가진 해에 생산된다. 서론에서 손님들이 2007년 와인을 보고 찬양한다 언급했는데,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는 2007년산 와인은 작황이 좋지 못해 포도 자체의 퀄리티가 좋지 못하고 이떄 생산된 와인들은 탄탄하게 느껴지기 보단 비교적 맛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2007빈티지 와인은 생산 비슷한 2000년 중반의 와인들과 비교해도 가격이 낮게 측정되고, 비슷한 해인 2005년 빈티지는 아직도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여 2007년 빈티지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있다. (물론 오랜 와인 양조 역사와 높은 수준의 와이너리는 작황이 좋지 않은 해에도 수확량을 조절하며 포도의 퀄리티를 최대한 이끌어낸다)

 

 

결론적으로 빈티지가 오래되었다고 비싼와인, 좋은 와인이 아니다.

와인의 가치는 얼마나 좋은 퀄리티의 포도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좋은 포도는 작황이 좋은 해(빈티지)에 생산된다. 와인이 오래되었는지 아닌지를 떠나 작황이 좋았던 해의 와인은 포도의 퀄리티가 좋아 오랬동안 숙성될 수 있다고 판단되어 그 가치가 더 높다. 그리고 이렇게 오래 숙성이 가능한 높은 가치의 와인들이 긴 세월 보관 되었을때 그 희소성과 함께 나날이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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