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한번 쯤 와인을 주문해본 사람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소믈리에가 와인을 오픈하고 난뒤 "고객님 테이스팅 부탁드리겠습니다."

와인을 제대로 마셔본적이 없고 그냥 평소에 마트에서 와인을 사서 즐기기만 하던 나에게 굉장히 불편한 상황일 것이다.

'테이스팅?? 이게 뭐지... 왜 해야하지..???' 궁금증과 함께 어찌할바를 몰라 "그냥 주세요~" 이러고 만다.

 

소믈리에로 일하던 나에게도 아주 흔한 장면이었다. 10명중 9명은 테이스팅을 권하면 굉장히 뻘줌해하고 당황해하고 그냥 테이스팅 절차를 생략하고 마신다. 하지만 와인 문화에서는 테이스팅은 필수적이다.

테이스팅 왜 해야할까?
와인의 문제가 있다면 정당하게 교환을 요청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주문시 하는 테이스팅은 전문가들이 하는 테이스팅과 다른 개념이다.

전문가들이 하는 테이스팅은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한 테이스팅이고,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이 하는 테이스팅은 와인의 결함을 판단하는 과정인 것이다. 고객은 와인의 코르크의 상태(외관, 향)와 와인을 잔에 따른 뒤 느껴지는 향과 맛에서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판단한 뒤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마시겠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만약 문제가 있을경우 소믈리에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리면 소믈리에가 알아서 와인의 컨디션을 다시 체크하고 교환해 줄 것이다. 마음약한 분들은 레스토랑을 생각해서 그냥 마시겠다는 분들이 있는데, 확실한 결함이 있는 와인은 소믈리에가 거래처에 교환을 요청할 테니 서슴없이 얘기를 해도 좋다.

 

**여기서 주의할점. 앞서 말했든 고객이 테이스팅하는것은 결함을 판단하는것이지 마음에 들지 않을시 품목 변경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니 마셔보니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교환되나요?" 라는 무례한 질문은 하지 말자. 장난으로라도 무례할 수 있고 함께온 사람들이 창피해지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내가 판단해서 주문을 했든 소믈리에가 추천을 해주었든 와인을 최종적으로 선택한 책임은 고객에게 있으니 주문전 소믈리에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뒤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와인의 결함은 어떻게 판단할까?

먼저 와인의 결함에도 여러 원인에 따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이면서 일반사람들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2가지 결함에 대해 설명하겠다.

'코르크 오염(Cork Taint)', '열화(Heat Damage)' 이 두가지가 가장 대표적인 와인의 결함이다.

 

먼저 코르크 오염(Cork Taint)은 불어로 부쇼네(bouchonné)라고 하며 영어로 코르키(corky)라 한다. 코르크 오염은 외관으로는 거의 판단하기 힘들고 코르크 향을 맡았을때 확실하게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젖은 신문지 냄새, 꿉꿉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지하실, 젖은 옷, 꿉꿉한 코르크 향이 나고 맛에서도 다른 과실 풍미는 나지않고 코에서 나던 꿉꿉한 향들만 느껴지고 산미도 텁텁하게 느껴진다. 부쇼네(코르키)는 2,4,6-trichloroanisole (TCA), 2,4,6-tribromoanisole (TBA) 이 두가지 화합물이 와인에 생성되었을때 발생한다. 또 두가지 화합물이 발생하는 원인은 곰팡이가 레드 와인의 대표적 성분인 페놀 화합물(Phenolic Compounds)과 작용하여 발생한다. 이 현상은 와인이 상해서 몸에 헤로운 작용을 하는것은 아니고 그저 불쾌한 느낌만 전달할 뿐이다. 이러한 코르크 오염의 원인은 코르크를 만들때 코르크 나무 자체에 곰팡이가 서식할 경우 그 나무로 코르크를 만들면 발생하고, 와이너리 자체에 서식하던 곰팡이가 원이이 될 수도 있다.

 

두번째로 열화(Heat Damage)는 와인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말 그대로 열에 의해 와인이 손상을 입은 것이다. 코르크 오염 만큼 흔하진 않지만 마트에서 구매하고 집에서 와인을 보관하거나 더운 여름 차안에 와인을 두었을때 처럼 일상에서 자주 발생한다. 여튼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와인은 대부분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관리가 잘 되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진 않지만 심심찮게 발견되는 문제이다.

와인이 섭씨 21도 이상에서 장기간 보관될 경우 최적의 보관온도인 서늘한 (11도-12도) 환경에서 보관되는 와인에 비해 와인의 맛이 빠르게 퇴화한다. 쉽게 생각하면 20년 숙성될 수 있는 와인이 5년 안에 20년 보관된 산화 느낌을 가지게 된다.(물론 단기간에 익는것이 좋은것은 아니다. 실온에 보관된 김장김치를 생각해 봐라) 그리고 와인이 섭씨 27도 이상에서 보관될 경우 수시간 내로 와인이 코르크 옆으로 점점 끓어 오르고 맛과 향이 변질된다. 열화의 경우 코르크의 외관에서도 쉽게 판단 될수 있다. 코르크가 일반적으로는 끝 부분만 젖어 있어야 하는데 코르크의 몸통의 중간 혹은 끝까지 젖어 있을 경우, 심하게는 넘쳐 흘러 와인병 입구 부분에 끈적끈적하게 와인이 굳어 있다.(이렇게 외관에서 결함이 의심되면 제대로된 소믈리에라면 문제가 있을수 있으니 테이스팅을 해보고 정확히 확인해 봐도 될지 알아서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맛에서도 과실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떫고 시큼한 산미가 느껴질 것이다.

 

와인 테이스팅에대한 개념을 좀더 심어 주기 위해 와인 테이스팅 절차를 정석대로 설명하자면.

 

1. 소믈리에에게 와인을 주문한다.

2. 소믈리에는 와인을 오픈하고 코르크상태(향, 외관) 을 판단 후 문제가 없다면 소믈리에 본인이 직접 테이스팅을 하고 와인의 결함이 있는지 판단한다. (하지만 한국은 와인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소믈리에가 본인이 직접 테이스팅을 해도 되는지 물어볼 것이다.)

3. 일단 소믈리에가 코르크를 올려놓으면 코르크의 외관을 확인하고, 와인 테이스팅을 권하면 와인을 가볍게 스월링후 향을 맡아보고 맛을 보며 위에서 말한 결함들이 느껴지는지 판단하면 된다.

4. 문제가 있으면 소믈리에에게 문제가 있는것 같으니 다시 확인해 달라 요청한다.

5. 소믈리에가 와인을 교환해서 다시 서비스 한다.

 

만약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소믈리에가 직접 확인해주세요." 라고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소믈리에의 역량과 자질인데. 제대로된 소믈리에라면 와인을 오픈하고 코르크 향을 맡아보는 것 만으로 의심을 하고 고객에게 먼저 와인의 상태가 의심되니 본인이 테이스팅 해보겠다고 요청하겠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는 웨이터나 양심이 없는 웨이터라면 와인 테이스팅 조차 권하지 않고 와인의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와인을 따를 것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와인을 테이스팅 하는 법을 익히고 와인이 결함이 있을경우 어떤것들이 느껴지는지 공부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 보았고 어떻게 어떤것들으르 판단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이로써 좀더 와인을 품격있게 마실수 있게 되었고 레스토랑에서 자신감있게 테이스팅을 하며 와인에 대한 교양을 좀 더 뽐낼 수 있다. 와인 테이스팅을 품위있게 예의있게 진중하게 한다면 소믈리에도 감탄하여 좀더 품격 높은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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